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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같은 길을 걸어간다는 느낌이란, 멘트리 멘토 교류회

지난 1년 반 동안 멘트리 서비스를 ㈜레이더랩 멤버들과 함께 준비했다. 주어진 역할은 멘토를 자원해주신 분들을 만나서 지금까지의 인생사를 경청하고, 멘티분들이 멘토를 선택하는 길잡이가 될 수 있는 멘토 인터뷰 기사를 쓰는 일이었다.
아직 일본생활 초보에 가까운 필자보다 일본에서 2~4배의 시간을 보내고 일본에서의 인간관계, 조직생활, 사회 분위기에 통찰력을 갖게 된 멘토분들의 얘기를 듣는 것은 한 편의 장대한 대하드라마 또는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재밌고, 숙연하고, 흥겹고, 안타깝고, 보람찬 순간들이 교차했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모든 멘토 인터뷰를 온라인으로 진행해야했다는 것이다. 각 멘토의 형형색색 이야기가 갖는 힘은 모니터를 뚫고 나와 마음에 울림을 주었지만, 그만큼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얘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커졌다. 특히, 2시간을 훌쩍 넘기는 장시간의 인터뷰 후에는 나도, 모니터 저편의 멘토도 맥주 한 잔의 간절함을 공유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2022년 6월 21일이 찾아왔다. 멘트리 서비스의 출범을 멘토와 스태프가 다함께 모여 축하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개인적으로 5명 이상이 함께하는 식사자리는 팬데믹이 시작된 후 2년여 만에 처음이었기 때문에 전날 밤 설레는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 약속된 장소에 도착해서 바쁜 화요일 저녁에 예상을 훌쩍 넘긴 수의 멘토들이 시간을 만들어 와주신 것을 보니 놀랍고 반가웠다. 본인들의 인생 노하우를 기꺼이, 아낌없이 공유해주는 분들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술을 마시며 얘기를 나누면서 줌 미팅에서 부족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역체감 할 수 있었다.
특히 재밌었던 점은 25명 남짓 모인 자리에서 다양한 주제로 멘토-멘티 관계가 끊임없이 생겨나는 경험이었다. 등산이 취미인 윤준영님을 중심으로 순식간에 멘트리 내에 등산 소모임이 생겨났다. 등산 멘토 준영님을 따라서 9월 초에 일본에서 첫 등산 경험을 하게 될 것 같다. 자타공인 도쿄만 낚시 전문가인 전민수님은 낚시와 발코니 텃밭 가꾸기의 미덕을 설파했다. 그리고 7월초에 번역하신 책의 발간 모임에 초대해주었다. 디자이너 이나래님은 본인이 맡고 있는 무사시노 예술대학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철학을 공유해주었다. 일본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에 고민하던 차에 가뭄에 단비같은 통찰력의 세례를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불과 4~5명의 멘토 및 스태프와 얘기를 나눴을 뿐인데, 시계는 이미 전철 막차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다음에는 1박 2일 캠프를 기획하자”, “소모임에서 다시 보자”, “따로 만나서 맥주 한 잔 하면서 얘기하자” 등등 시간 제약의 아쉬움이 진동하는 인사를 나누며 멘트리의 첫 오프라인 모임을 마쳤다.
나이와 경험의 길이 따른 기계적인 멘토-멘티 관계가 아니라, 지금 나에게 절실한 정보를 사고 파는 것에 가까운 일회적인 멘토-멘티 관계가 아니라, 외노자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로서 멘트리의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된 4시간이었다. 일본에서의 커리어를 준비하고 있거나, 이제 첫 발을 내딛은 분들이 이 소중한 커뮤니티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가는 구성원으로서 함께 했으면 한다.
글 노성철